2014년 8월 31일 일요일

크로스핏의 허와 실 -1-



본인은 약 3년동안 꾸준히 크로스핏을 즐겨왔던 사람으로
매니악하다고 볼 순 없지만 나름 많은 공부와 크로스핏 저널을 통해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었다.
지금은 거취 문제로 한 2개월 정도 쉬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시작할 것이다.

피트니스 분야에 최근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크로스핏이기에
기존의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불리는 보디빌딩에서도 좋은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안좋은 점들이 무수히 알려지는 점도 내심 안타깝다.
크로스핏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야 그걸로 돈 벌어먹는 사람도 아니고 잘되서 많은 사람들이 하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다른 운동 하면 되는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게 뭔지는 알고 까고 욕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것보다 사실 가서 3개월 겪어보는게 제일 확실한 답이라고 본다.


검색해 보면 나오는 이야기지만 크로스핏은 클래스 위주의 수업으로 돌아가며
1~2명의 트레이너가 1시간 분량의 수업을 지도하게 된다.
수업은 Daily WOD라는 일일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존재하며
이건 헤드 코치의 역량으로 매일 다른 프로그램이 돌아가게 된다.
여기서 하나!
훈련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오늘 뭐하지에 대한 고민을 할 이유가 없다.
그냥 내가 편한 시간에 가서 그날 트레이너가 하자는 걸 배우고 따라하면 된다.
웨이트에 비하면 이 점은 강점이다.
별도의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PT를 받지 않아도 되며 (PT에 비해 저렴)
나 말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배운다는 점에서 많은 장점들을 가지게 된다.

WOD는 최상급자 레벨에 맞춰서 제공이 되며
모든 사람들이 이를 수행할 수 없기에 트레이너 역량에 따라
등급별로 나뉘게 되고 나는 트레이너가 추천해 주는 등급 혹은 내가 판단에 따라
스케일링 된 등급을 수행하게 된다.

핵심만 이야기 하자면 WOD는 정말 힘들다.
스케일링된 초보자 등급도 힘들다.
최상급자 수준은 왠만큼 운동했다는 사람도 수행하기 힘들 수준이다.
단순히 힘만 쎄거나 심폐지구력이 좋은 사람들은 온전히 수행하기 힘들다.
크로스핏에서 추구하는 최종 목적은 하나만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최고 레벨의 수준은 아닐지언정 최대한 근접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200kg의 스쿼트는 못할지언정 보다 많은 횟수의 140kg 스쿼트를
보다 빠르게 하자는게 하나의 예로 볼수 있다.
200kg 스쿼트하는 사람이 힘은 분명히 쎄겠지만 다중 반복에서 더 좋은 출력을 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는 확실히 대답하기 힘들다.
크로스핏은 그런건 추구한다.(물론 스트렝스가 좋으면 좋다. 결코 나쁘다는게 아니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힘든 훈련이지만 수업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나와 같은 훈련을 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
위안이 된다는 거다.
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처럼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서로 격려해 주고 트레이너가 뒤에서 힘내라고 소리지른다.
힘들어 죽겠지만 푸쉬업하나 더하고 풀업 하나 더 하게 된다.
운동 한번 못해본 사람이 땀 뻘뻘 흘리며 그날 훈련을 마치게 된다.

초보자가 혼자 헬스장 가서 절대로 그려볼 수 없는 그림이다.
PT를 받으면 모를까 크로스핏은 굉장히 하드코어하며
어찌보면 무식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훈련자가 제대로 이행하였을 경우 한계치까지 이끌어내기 때문에 좋다.
혼자 백날 훈련하는 것보다 비슷한 혹은 나보다 나은 사람과 함께 하는 운동은
그 효과가 매우 좋다.
프로레벨의 선수들이 그런 식으로 훈련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크로스핏은 그렇게 한다.
내가 그날 뭘 할지 어떻게 할지 생각하지 않아도 초보자는 그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집고 넘어가고 싶은건,
이러한 훈련은 올바른 트레이너가 있을때 성립이 된다는 것이다.
훈련자를 하나라도 더 하게 동기부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그 사람이 다치지 않고 올바르게 수행하는게 더 중요하다.
WOD를 마치면 뭐 할 것인가.
이 사람은 내년 올림픽을 나갈 것도 아니고 단지 건강해지자고 운동하러 왔는데
어깨를 다치고 무릎이나 발목 인대를 다쳐버리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 사람한테는 무리가 되는 동작인데 무리하게 그 동작을 이끌어내다 다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전문 프로가 아닌 이상 일반인에게는 다치지 않는게 최우선이다.
또한 잘못된 자세를 제대로 짚어줄 수 없다면 그건 안하느니만 못한 트레이닝이 된다.

최근 크로스핏 짐이 엄청나게 생겨나고 있다.
정말 올바른 트레이너들이 중심이 된 짐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짐들이 개인적으론 더 많다고 본다.
그냥 WOD에 나오는 한두가지 자세를 더 잘 알려준다고 트레이너가 되는건 아니라고 본다.
돈만 주고 영어 시험 보면 나오는 자격증 하나 있다고 트레이너는 아닐 것이다.
하나의 클래스를 맡아서 진행하는 트레이너의 자격이
개인적으로는 너무 남발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예시가 올바를지 모르겠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본인의 친구 중에 보디빌딩만 주구장창 해오던 괴물이 하나 있다.
몸은 정말 기똥차게 좋다.
나도 처음에 그 놈한테 배우면 웨이트를 잘하게 될 줄 알았다.
몇개월을 같이 운동해본 결과
트레이너를 목적으로 운동을 해오지도 않았으며,
트레이닝에 필요한 기본적인 공부를 하지 않았던 그 친구는
결과적으로 "잘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었다.
"조각 같은 몸 = 훌륭한 트레이너"는 아니라는 소리다.

크로스핏 또한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크로스핏 운영되는 짐을 보면 아직 경험이나 트레이닝 방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꽤 많다.
그들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그들을 믿고 따라올 회원들에게 과연 그들은
제대로 된 클래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의문점이 든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크로스핏 짐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점에서
걱정과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다.

크로스핏 전문가도 아니지만 회원 입장에서 느끼는 크로스핏의 허와 실에 대해 써보았다.
아직도 쓸 이야기는 많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정리할까 한다.

크로스핏은 정말 좋은 운동이다.
적어도 크로스핏을 제대로 해봤던 사람들 입에서 "크로스핏 하지 마라"라는 소린 안나올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엉터리 크로스핏을 접해봤던 사람들 입에서 "크로스핏 그거 사기"라고 말한다 해도 그 말이 틀렸다고 할순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우후죽순 엉터리 트레이너들이 판을 치고 헬스장에서도
장사해보겠다고 크로스핏 한줄 넣어놓고 광고하는거 보면 기가 찬다.

만약 당신이 크로스핏을 하고 싶다면
제대로 된 크로스핏 짐을 찾아가서 하길 바란다.
체육관의 시설도 중요하고 위치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트레이너가 수업을 하는지는 알아보고 갔으면 좋겠다.
최근에 뿌려지는 크로스핏 자격증은 영어만 할줄 알면 누구나 딸수 있는 자격증이고
그보다는 운동 경력이라던지 트레이너 경력을 보고 판단했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PT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어느정도 적용될 것 같다.
잘 생기고 몸좋은 오빠, 누나들보단 경력이 있는 아저씨들에게 배우는 것을
나는 조금 더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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